전기차 시대의 도래, 이제 V12 자연흡기 엔진 같은 거대한 심장을 가진 자동차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셨나요? 엄청난 배기음과 함께 심장을 울리는 그 감성은 이제 끝이라고 아쉬워하셨나요? 하지만 페라리는 보란 듯이 새로운 12기통 모델, ‘페라리 칠린드리’를 선보이며 우리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듭니다.
페라리 칠린드리, V12 엔진의 핵심 매력 3줄 요약
- 순수한 자연흡기 12기통의 부활: 전기 모터나 터보차저의 도움 없이 오직 12개의 실린더가 만들어내는 830마력의 폭발적인 힘과 9500rpm까지 치솟는 황홀한 엔진 사운드.
- 페라리 헤리티지와 첨단 기술의 만남: 365 GTB4 데이토나에서 영감을 받은 아름다운 디자인 속에 F1 머신에서 가져온 최첨단 기술을 녹여냈습니다.
- 전동화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할 소장 가치: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순수 V12 자연흡기 엔진이라는 상징성만으로도 이 차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날 것입니다.
시대를 역행하는 매력, 페라리 V12 엔진의 정수
페라리가 새롭게 선보인 ‘페라리 칠린드리(Ferrari 12Cilindri)’는 이름부터 직설적입니다. ‘칠린드리’는 이탈리아어로 실린더(Cylinder)를 의미하며, 이름에 ’12’를 붙여 이 차의 심장이 바로 12기통 엔진임을 자랑스럽게 드러냅니다. 812 슈퍼패스트의 후속 모델로 등장한 이 2인승 그랜드 투어러(GT)는 쿠페와 스파이더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전동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지금, 페라리는 왜 다시 한번 V12 자연흡기 엔진을 꺼내 들었을까요? 그 이유는 페라리의 역사와 정체성, 그리고 드라이빙의 본질적인 즐거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하나, 심장을 울리는 830마력의 오케스트라
페라리 칠린드리의 심장은 6.5리터 V12 자연흡기 엔진입니다. 최고출력은 830마력에 달하며, 최대토크는 69.1kgf.m를 뿜어냅니다. 놀라운 점은 최대토크의 80%가 불과 2,500rpm부터 터져 나온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어떤 속도에서도 강력한 가속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즉 제로백은 단 2.9초에 불과하며 최고 속도는 시속 340km를 넘어섭니다. 하지만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진짜 매력은 바로 엔진 사운드에 있습니다. 최적화된 흡배기 라인을 통해 페라리 12기통 특유의 선명하고 풍성한 고주파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둘, 9500rpm까지 폭발하는 F1의 DNA
이 V12 엔진은 단순히 크고 강력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페라리 칠린드리의 엔진은 최대 9,500rpm까지 회전하며, 이는 양산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경이로운 수치입니다. 이렇게 높은 회전수를 가능하게 하는 비결은 F1 기술에 있습니다. 812 컴페티치오네에서 파생된 파워트레인은 슬라이딩 핑거 팔로워 방식의 밸브트레인을 적용했고, 티타늄 커넥팅 로드와 알루미늄 합금 피스톤 등을 사용해 엔진 내부 부품의 무게를 줄이고 관성을 감소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기계 효율을 극대화하고 짜릿한 고회전의 감성을 완성했습니다.
셋, 과거와 미래를 잇는 디자인 철학
페라리 칠린드리의 디자인은 페라리 스타일링 센터의 수장, 플라비오 만조니의 지휘 아래 탄생했습니다. 전설적인 모델인 365 GTB4 데이토나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은 페라리의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합니다. 특히 보닛의 검은색 패널은 데이토나의 디자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요소입니다. 동시에 액티브 에어로 기술을 적용해 공기역학 성능을 극대화했습니다. 리어 스크린에 통합된 두 개의 액티브 플랩은 주행 상황에 맞춰 움직이며 다운포스를 생성하고, 고속 주행 안정성을 높여줍니다.
넷, 더욱 완벽해진 주행을 위한 기술의 집약체
| 주요 기술 | 설명 |
|---|---|
| 4륜 조향 시스템 (Virtual Short Wheelbase 3.0) | 저속에서는 뒷바퀴가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고속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조향되어 민첩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합니다. |
| 사이드 슬립 컨트롤 (SSC 8.0) | 차량의 미끄러짐을 정밀하게 제어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자신감 있게 차를 다룰 수 있도록 돕습니다. |
| 100% 알루미늄 섀시 | 이전 모델인 812 슈퍼패스트보다 휠베이스를 20mm 줄이고, 비틀림 강성을 15% 향상시켜 더욱 정교한 핸들링을 제공합니다. |
|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 시스템 | ABS-evo와 6방향 섀시 다이내믹 센서(6w-CDS)를 탑재해 더욱 정밀하고 강력한 제동 성능을 보장합니다. |
다섯, 운전자와 교감하는 디지털 콕핏
실내는 페라리 푸로산게와 로마에서 선보인 듀얼 콕핏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에게 몰입감 있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운전석에는 15.6인치 디지털 클러스터, 중앙에는 10.25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자리하며, 조수석에도 8.8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 다양한 주행 정보를 함께 공유할 수 있습니다. 또한, Burmester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어 1,600W 출력의 15개 스피커가 뿜어내는 풍부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여섯, 그랜드 투어러의 품격과 편안함
페라리 칠린드리는 폭발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슈퍼카이면서 동시에 장거리 주행에도 편안함을 제공하는 그랜드 투어러(GT)입니다. 1950년대와 60년대의 전설적인 GT 모델들에서 영감을 받은 만큼, 우아함과 폭넓은 사용성을 겸비했습니다. 재활용 폴리에스테르가 함유된 알칸타라와 같은 고급 소재를 사용한 실내는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한 페라리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일곱, 마지막 V12 자연흡기의 소장 가치
람보르기니, 애스턴마틴과 같은 경쟁 모델들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V12 엔진의 단종을 예고하는 가운데, 페라리 칠린드리는 순수한 자연흡기 V12 엔진을 고수하며 등장했습니다. 이는 페라리가 브랜드의 DNA와 헤리티지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마지막 순수 혈통의 V12 엔진을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페라리 칠린드리는 단순한 슈퍼카를 넘어,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더욱 높아질 움직이는 예술 작품이자 소장 가치가 충분한 클래식카가 될 것입니다.
페라리의 심장, V12는 계속 뛴다
페라리 칠린드리는 단순한 신차 발표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V8 엔진, V6 하이브리드 등 다운사이징과 전동화의 흐름 속에서도 페라리는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12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 행사를 열었을 만큼, 페라리가 이 모델에 거는 기대와 자신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페라리 칠린드리는 창립자 엔초 페라리로부터 시작된 마라넬로의 심장 박동이 여전히 뜨겁게 뛰고 있음을 증명하는 모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