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만든 회사, 내 모든 것을 바친 조직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난다면?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 같지만, 놀랍게도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일입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조차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해임되었던 역사가 이를 증명합니다. 최근 경제 뉴스나 조직 생활 속에서 ‘실각설’이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접해보셨을 겁니다. 정치권에서 주로 사용되던 이 단어는 이제 기업의 CEO, 임원, 심지어 창업자에게까지 해당되는 현실적인 공포가 되었습니다. 과연 무엇이 성공 신화의 주인공을 한순간에 권력의 정점에서 끌어내리는 걸까요? 당신의 리더십은 정말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 어쩌면 당신도 모르는 사이, 실각의 전조 증상이 나타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창업자가 자기 회사에서 쫓겨나는 이유 3줄 요약
- 투자 유치 과정에서 지분율이 희석되어 이사회나 투자자들에게 경영권을 빼앗기는 경우
- 내부의 경쟁자나 측근의 배신으로 인해 조직 내 지지 기반을 잃고 고립되는 경우
- 치명적인 경영 실패나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 실패로 리더십과 신뢰를 잃는 경우
실각설의 뜻과 그 서막
‘실각(失脚)’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발을 헛디딘다는 뜻이지만, 일반적으로는 권력자가 그 지위와 세력을 잃고 물러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실각설은 특정 인물이 현재의 권좌에서 곧 밀려날 것이라는 소문이나 가능성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이는 단순히 지위의 상실을 넘어, 그동안 쌓아 올린 영향력, 신뢰, 평판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몰락의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기업 환경에서 창업자나 CEO의 실각은 조직 전체의 운명을 뒤흔드는 중대한 위기 신호입니다.
시나리오 1 투자 유치라는 달콤한 독배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가장 흔하게 겪는 실각 시나리오의 시작은 바로 ‘투자 유치’입니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 외부 투자 유치는 필수적이지만, 이 과정에서 창업자의 지분은 계속해서 희석됩니다. 투자자들은 자본을 제공하는 대가로 회사 지분을 요구하고, 이 지분은 곧 의결권, 즉 회사의 중요 의사결정에 대한 영향력을 의미합니다. 창업 초기에는 창업자가 최대 주주로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지만, 시리즈 A, B, C 투자를 거치면서 이사회에는 새로운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합니다.
이때 창업자와 투자자, 혹은 이사회 사이에 경영 방향, 비전, 실적에 대한 의견 충돌이 발생하면 상황은 급변합니다. 창업자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은 이사회와 주주들은 언제든지 힘을 합쳐 창업자를 해임할 수 있습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펩시콜라 출신의 전문 경영인 존 스컬리를 영입했지만, 결국 자신이 영입한 인물과 이사회의 결정에 의해 쫓겨난 것은 바로 이 시나리오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는 경영권 방어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외부 자본을 유치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전조 증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구분 | 창업자에게 유리한 점 | 창업자에게 불리한 점 (실각 위험 신호) |
|---|---|---|
| 초기 투자 (Seed, Pre-A) | – 비전과 열정만으로 투자 유치 가능 – 높은 지분율 유지 |
– 사업 모델의 불확실성 – 경영 경험 부족 노출 |
| 성장기 투자 (Series A, B) | – 사업 확장 및 시장 선점 기회 – 기업 가치 상승 |
– 지분 희석 심화 – 외부 이사(투자자)의 경영 개입 증가 – 성과 압박 심화 |
| 후기 투자 (Series C 이상) | – 안정적인 자금 확보 – IPO(기업공개) 준비 |
– 창업자의 의결권 약화 – 전문 경영인(CEO) 교체 요구 발생 – 창업 비전과 주주 이익의 충돌 |
시나리오 2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무서운 적이 되다
권력은 나눌수록 약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회사 내에서 창업자의 권력에 버금가는 ‘2인자’가 등장하거나, 신뢰했던 측근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신호입니다. 이는 조직 내부에 파벌이 형성되고, 창업자를 중심으로 한 지지율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권력 누수 현상은 창업자가 초심을 잃고 오만한 태도를 보이거나,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민심을 잃었을 때 주로 발생합니다.
내부의 정적은 회사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창업자의 약점 또한 명확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조용히 자신의 세력을 키우며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립니다. 이사회나 핵심 인물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창업자의 경영 실패나 판단 착오를 부각시키며 교체의 명분을 쌓습니다. 때로는 내부 고발이나 가짜뉴스, 악의적인 소문을 통해 창업자의 평판을 추락시키기도 합니다. 이는 마치 조용한 쿠데타와 같습니다. 창업자가 이러한 암투와 견제의 움직임을 미리 감지하고 대처하지 못한다면, 결국 가장 믿었던 사람의 칼에 찔려 고립되고 해임되는 비극적인 결과를 맞을 수 있습니다.
내부 권력 투쟁의 전조 증상
- 핵심 회의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되는 일이 잦아진다.
- 충성스럽던 부하직원이나 동료가 거리를 두거나 반대 의견을 내기 시작한다.
- 나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이나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조직 내에 퍼진다.
- 주요 임원들 사이에 파벌이 형성되고, 특정 라인에 줄을 서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 2인자나 특정 임원의 영향력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그의 사람들이 요직에 배치된다.
시나리오 3 신뢰의 붕괴, 경영 실패의 늪
결국 기업의 리더는 결과로 말해야 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창업자라 할지라도 계속된 경영 실패는 실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시장의 흐름을 잘못 읽은 전략적 판단 착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한 재무 위기, 혹은 심각한 법적·윤리적 문제 발생 등은 리더십에 대한 신뢰를 뿌리부터 흔듭니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가 책임을 회피하거나, 특정 측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꼬리 자르기’ 식의 대처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입니다.
한 번의 실수는 만회할 기회가 있을 수 있지만, 실패가 반복되면 이사회와 투자자, 그리고 직원들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냅니다. 지지율은 급락하고, 창업자의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됩니다. 이때 경쟁자나 반대 세력은 이를 기회로 삼아 창업자의 자질 문제를 공론화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리더십 교체를 주장합니다. 결국 경영 실패로 인한 신뢰 상실은 창업자를 자기 회사에서 쫓아낼 가장 확실하고 정당한 명분이 됩니다. 미국의 유명 창업자였던 테슬라의 마틴 에버하드 역시 로드스터 개발 지연과 비용 문제로 결국 이사회에 의해 해고당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창업자의 실각은 단순히 한 개인의 몰락이 아니라, 권력의 속성, 조직 문화, 인간관계, 위기관리 능력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입니다. 성공의 무거움에 취해 자기관리에 소홀해지는 순간, 권력은 언제든 당신을 배신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고 싶다면 끊임없이 자신을 둘러싼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소통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처세술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