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안정성 문제 해결을 위한 최신 연구 5가지

친환경 에너지 시대를 꿈꾸며 차세대 태양전지를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더딘 상용화 소식에 실망한 적 있으신가요? 마치 최신 스마트폰을 기다렸는데 출시일이 계속 미뤄지는 것처럼 말이죠.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를 뛰어넘는 높은 광전 변환 효율과 저렴한 제조 비용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지만, ‘안정성’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상용화의 문턱에서 주춤하고 있습니다. 수분과 산소, 열과 빛에 쉽게 성능이 저하되는 내구성 문제는 마치 잘 달리던 스포츠카의 엔진 결함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겠죠. 전 세계 수많은 연구진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낮으로 매달리고 있으며, 최근 눈부신 성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과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안정성이라는 아킬레스건을 극복하고 우리 곁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의 열쇠를 쥔 안정성 확보

  • 새로운 소재를 도입하고 기존 소재의 구조를 변경하여 수분, 산소, 열 등 외부 환경에 대한 저항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 눈에 보이지 않는 박막 내부의 미세 결함을 제어하고, 각 기능층 사이의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여 전지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 외부 환경으로부터 태양전지를 완벽하게 보호하는 정교한 봉지 기술(캡슐화)과 대면적 생산 공정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차세대 태양전지의 희망, 페로브스카이트란 무엇인가

페로브스카이트는 특정 결정 구조(ABX3)를 가진 물질을 총칭하는 용어입니다. 이 구조의 물질이 빛을 매우 효율적으로 흡수하여 전기로 바꾸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차세대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로 급부상했습니다. 기존의 실리콘 태양전지는 효율이 쇼클리-콰이저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고, 제조 공정이 복잡하며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반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용액 공정을 통해 저렴하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으며, 얇고 유연하게 제작할 수 있어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웨어러블 기기, 차량 선루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효율에도 불구하고 수분과 산소, 빛과 열에 취약해 쉽게 성능이 저하(열화)되는 안정성 문제가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연구 1 소재 자체의 화학적 안정성 강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접근은 소재 자체를 더 튼튼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연구진들은 페로브스카이트의 결정 구조(ABX3)를 이루는 유기물, 무기물, 할로겐화물 이온의 종류를 바꾸거나 비율을 조절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분이나 열에 약한 유기 양이온을 보다 안정적인 무기 양이온으로 대체하거나, 2차원 구조의 페로브스카이트를 3차원 구조 표면에 코팅하여 수분 침투를 막는 방식입니다. 또한, 환경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납(Pb)을 주석(Sn) 등 다른 물질로 대체하려는 Pb-free 연구도 중요한 흐름 중 하나입니다. 최근 한국화학연구원 연구팀은 주석 기반 페로브스카이트에 특정 첨가제(어븀 염화물)를 넣어 주석의 산화를 막고 결정성을 높여 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개선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연구 2 눈에 보이지 않는 결함 제어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결함들이 생겨납니다. 이 결함들은 생성된 전하의 재결합을 유발하여 효율을 떨어뜨리고, 전지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주범이 됩니다. 과학자들은 ‘패시베이션(passivation)’이라 불리는 표면 처리 기술을 통해 이러한 결함을 없애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마치 피부의 상처를 치료하듯, 특정 분자를 결함 부위에 붙여 전기적으로 비활성화시키는 원리입니다. 최근 성균관대학교 박남규 교수 연구팀은 특정 분자(FIBA)를 도입해 전자 전달층을 이루는 소재(PCBM) 분자들이 서로 뭉치는 현상을 억제하여 전자의 이동을 원활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효율과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킨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기술을 적용한 소자는 1500시간 이상 작동 후에도 초기 효율의 93%를 유지하는 뛰어난 내구성을 보였습니다.



연구 3 기능층 간의 완벽한 호흡, 계면 공학

태양전지는 빛을 흡수하는 광흡수층, 전자를 이동시키는 전자 전달층, 정공을 이동시키는 정공 전달층 등 여러 기능층이 겹겹이 쌓인 구조입니다. 각 층의 경계면(계면)에서 에너지 손실이 최소화되어야 전하가 원활하게 이동해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습니다. 연구진들은 각 층의 에너지 준위를 조절하거나, 계면에 새로운 박막을 삽입하여 전하의 흐름을 최적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KAIST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와 유기 반도체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장벽 문제를 ‘다이폴 층’이라는 나노미터 두께의 얇은 층을 도입해 해결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에는 활용하기 어려웠던 근적외선 영역의 빛까지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전력 변환 효율을 24%까지 끌어올렸으며, 극한의 습도 조건에서도 80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연구 4 외부 환경으로부터의 완벽한 차단, 봉지 기술

소재 자체의 내구성을 높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외부의 수분과 산소로부터 태양전지를 완벽하게 보호하는 봉지(Encapsulation) 기술입니다.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에 사용되던 봉지 기술은 고온 공정을 필요로 해 저온 공정으로 제작되는 페로브스카이트에 적용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따라 저온에서 적용 가능하면서도 완벽한 차단 성능을 가진 새로운 봉지재와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화학연구원에서 봉지재 없이도 자체적으로 수분과 산소를 차단하는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개발하여, 물방울을 표면에 직접 떨어뜨려도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 획기적인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향후 유연성이 필요한 웨어러블 기기나 투명 전극을 활용한 건물 창호형 태양광(BIPV) 기술의 상용화를 크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 5 효율의 한계를 넘어서는 탠덤 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와 결합하여 ‘탠덤(Tandem) 태양전지’로 만들었을 때 진정한 잠재력을 발휘합니다. 이는 페로브스카이트가 단파장의 빛을, 실리콘이 장파장의 빛을 각각 효율적으로 흡수하는 특성을 활용한 것입니다. 서로 다른 파장 대역의 빛을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이론적으로 44%에 달하는 매우 높은 광전 변환 효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미 국내의 한화솔루션을 비롯한 여러 기업과 연구기관이 탠덤 태양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NREL 최고 효율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최근 반투명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하여 21.68%라는 세계 최고 효율을 달성했으며, 이를 탠덤 전지에 적용하여 그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연구 분야 핵심 해결 과제 기대 효과
소재 조성 공학 화학적 안정성 확보, Pb-free 소재 개발 근본적인 내구성 및 수명 향상, 환경 문제 해결
결함 제어 (패시베이션) 박막 내 미세 결함 제거, 전하 재결합 억제 광전 변환 효율 극대화 및 장기 안정성 확보
계면 공학 기능층 간 에너지 손실 최소화 전하 수송 능력 최적화, 효율 향상
봉지 기술 (캡슐화) 수분, 산소 등 외부 요인 완벽 차단 실사용 환경에서의 신뢰성 및 내구성 확보
탠덤 셀 구조 실리콘 태양전지 효율 한계 극복 획기적인 효율 향상, 태양광 발전 단가 절감

이처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안정성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넘기 위해 다각적인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저비용, 고효율, 유연성, 투명성 등 다양한 장점을 바탕으로 미래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유니테스트, 신성이엔지, 필옵틱스 등 관련 기업들의 기술 개발 동향과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지원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면, 곧 우리 생활 곳곳에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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