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10분 만에 이해하는 핵심 원리 3가지

혹시 ‘신재생에너지’, ‘탄소중립’ 같은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좋은 건 알겠는데, 그래서 우리 집 전기 요금은 언제쯤 저렴해지지?’ 하는 현실적인 고민이 먼저 떠오르지 않으신가요? 기존의 실리콘 태양전지는 좋은 기술이지만, 비싼 제조 비용과 설치 장소의 한계 때문에 우리 생활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마치 SF 영화처럼 잉크젯 프린터로 찍어내고, 창문이나 자동차 선루프에도 붙일 수 있는 새로운 태양전지가 있습니다. 바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입니다. 이름은 조금 어렵지만, 이 기술이 왜 태양광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지,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핵심 원리 3가지를 통해 10분 만에 완벽하게 이해시켜 드리겠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핵심 요약

  • 놀랍도록 높은 효율: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이론적 한계를 뛰어넘는 높은 광전 변환 효율을 자랑합니다.
  • 저렴하고 유연한 공정: 비싼 설비 없이 용액을 이용한 저온 공정으로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으며, 투명하고 유연하게 만들 수 있어 활용도가 무궁무진합니다.
  • 상용화의 마지막 과제: 높은 효율과 저렴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수분과 열에 약한 안정성 문제와 납(Pb) 독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빛, 페로브스카이트란 무엇일까?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는 사실 특정 물질의 이름이 아니라, 특별한 결정 구조를 가진 물질들을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이 구조는 ABX3라는 화학식을 따르는데, 이 독특한 구조 덕분에 빛을 흡수하여 전기를 만드는 능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과학자들은 이 구조를 활용하여 기존의 실리콘을 대체할 새로운 광흡수층을 만들었고, 이것이 바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시작입니다.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와의 차이점

그렇다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기존의 실리콘 태양전지와 무엇이 다를까요? 가장 큰 차이점은 ‘제조 방식’과 ‘물리적 특성’에 있습니다.



구분 실리콘 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제조 공정 고온의 진공 공정이 필요하며, 제조 비용이 높음 용액을 바르는 간단한 저온 공정(용액 공정)으로 제작 가능
비용 원료(폴리실리콘) 정제 과정이 복잡해 생산 단가가 높음 원료가 저렴하고 공정이 단순해 제조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음
형태 두껍고 단단하며 불투명함 얇은 박막 형태로 제작 가능하며, 투명하고 유연하게 만들 수 있음
효율 이론적 효율 한계(쇼클리-콰이저 한계)에 근접함 이론적 효율 한계가 더 높으며, 특히 탠덤 구조에서 잠재력이 큼

핵심 원리 1: 빛을 전기로 바꾸는 마법, 광전 변환 효율

태양전지의 성능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는 바로 ‘광전 변환 효율’입니다. 이는 태양 빛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이 효율 면에서 놀라운 잠재력을 보여주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실험실 환경에서는 이미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를 뛰어넘는 효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쇼클리-콰이저 한계를 넘어서는 탠덤 태양전지

모든 태양전지에는 이론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효율의 최댓값, 즉 ‘쇼클리-콰이저 한계(Shockley-Queisser limit)’가 존재합니다.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는 이 한계에 거의 도달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획기적인 효율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페로브스카이트는 다릅니다.



특히 ‘탠덤 태양전지(Tandem Solar Cell)’ 기술과 결합했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납니다. 탠덤 태양전지는 서로 다른 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태양전지를 위아래로 쌓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단파장 빛을 잘 흡수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위(상부 셀)에 놓고, 그 빛을 투과하여 도달하는 장파장 빛을 잘 흡수하는 실리콘 태양전지를 아래(하부 셀)에 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기존에는 버려지던 다양한 파장의 태양광까지 모두 전기로 바꿀 수 있어 이론적으로 40%가 넘는 고효율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한국화학연구원과 같은 국내 연구기관들도 이 탠덤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효율의 비밀, 에너지 준위와 전하 재결합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기본적인 구동 원리는 빛을 받은 광흡수층(페로브스카이트 층)에서 전자(-)와 정공(+) 쌍이 생성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생성된 전자는 ‘전자 전달층’을 통해, 정공은 ‘정공 전달층’을 통해 각각의 전극으로 이동하며 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이때 각 층의 에너지 준위가 잘 설계되어 있어야 전하들이 손실 없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효율을 떨어뜨리는 주범은 바로 ‘전하 재결합’입니다. 전극으로 이동해야 할 전자와 정공이 중간에 다시 만나 사라져 버리는 현상이죠.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정 구조 내의 결함을 줄이고, 표면 처리를 통해 이러한 전하 재결합을 최대한 억제하는 기술, 즉 ‘패시베이션(Passivation)’ 기술이 핵심적입니다.



핵심 원리 2: 저렴하고 유연하게, 무한한 가능성의 제조 공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혁신’이라 불리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제조 공정’에 있습니다.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는 반도체 공정과 유사하게 고온, 고진공의 비싼 설비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페로브스카이트는 마치 잉크를 종이에 인쇄하듯 저렴하고 간단한 ‘용액 공정’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잉크처럼 찍어내는 저비용 대량생산

페로브스카이트 용액을 기판 위에 코팅하고 건조시키기만 하면 태양전지의 핵심인 광흡수층이 만들어집니다. 스핀 코팅, 잉크젯 프린팅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박막을 형성할 수 있어 제조 비용과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이는 대량 생산을 통해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필름처럼 돌돌 말면서 연속으로 생산하는 ‘롤투롤(Roll-to-roll)’ 공정이 가능해지면 대면적 태양전지를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하는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휘어지고 투명해진다, 미래를 입는 기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얇고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습니다. 덕분에 기존 태양전지는 상상할 수 없었던 다양한 곳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 건물 일체형 태양광 (BIPV): 투명 전극 기술을 활용해 유리창처럼 만들어 건물 외벽이나 창문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건물 자체가 거대한 발전소가 되는 것입니다.
  • 웨어러블 기기 및 IoT: 가볍고 유연한 특성 덕분에 옷이나 가방, 심지어 스마트 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의 전원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실내의 약한 빛으로도 발전이 가능해 사물 인터넷(IoT) 센서의 전원으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 차량 선루프: 자동차 지붕이나 선루프에 장착하여 주행 중 또는 주차 중에 배터리를 충전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핵심 원리 3: 상용화의 마지막 퍼즐, 안정성과 내구성

이렇게 뛰어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아직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안정성’과 ‘내구성’이라는 마지막 허들을 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치명적인 약점, 수분과 열 그리고 산소

페로브스카이트 결정 구조는 수분, 산소, 빛, 열에 매우 취약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부 환경에 노출되면 쉽게 성능이 저하되는 ‘열화’ 현상이 발생하여 태양전지의 수명이 짧아집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외부의 수분과 산소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봉지 기술(Encapsulation)’ 또는 캡슐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재 자체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유기물과 무기물을 조합하거나 새로운 첨가제를 넣어 결정 구조를 안정화시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환경 문제, 납(Pb)을 어떡할까?

현재 고효율을 내는 대부분의 페로브스카이트 소재에는 미량의 납(Pb)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납은 독성 물질이기 때문에 환경 문제와 인체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연구진들은 납을 인체에 무해한 주석(Sn) 등으로 대체하는 ‘Pb-free’ 페로브스카이트 소재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아직 납 기반 소재만큼의 효율과 안정성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친환경적인 태양전지 기술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연구 분야입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투자의 기회는?

차세대 에너지 기술로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성장 가능성이 주목받으면서,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탄소중립과 같은 거대한 흐름과 맞물려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주목해야 할 국내 관련주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를 위해 연구개발(R&D)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관련주로는 탠덤 태양전지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 핵심 소재나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 등이 있습니다.



  • 유니테스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대장주로 꼽힙니다.
  • 한화솔루션: 기존 태양광 사업의 강자로서, 탠덤 셀 기술을 통해 차세대 시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신성이엔지: 국책 과제를 통해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필옵틱스, 주성엔지니어링: 태양전지 제조에 필요한 장비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관련주로 분류됩니다.
  • 그 외: SDN, 메카로, 솔루엠, 대유플러스 등 다수의 기업이 관련 기술 개발 및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투자는 항상 신중해야 합니다.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인 만큼 기술 개발 동향과 글로벌 시장 경쟁 상황을 꾸준히 지켜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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