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약 복용 후 살이 빠져서 ‘이거 괜찮은 건가?’ 하고 덜컥 겁부터 나셨나요? 혹은 ‘오히려 좋아!’라고 생각하며 내심 반기셨나요? 사실 당뇨약 복용 후 나타나는 체중 감소는 약의 종류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효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주의가 필요한 부작용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무작정 굶거나 운동량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듯, 약으로 인한 체중 변화 역시 그 원인과 대처법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뇨약 살빠짐, 핵심만 콕 집어보기
- 특정 계열의 당뇨약(메트포르민, SGLT-2 억제제, GLP-1 유사체)은 혈당 조절과 더불어 체중 감소 효과를 동반할 수 있습니다.
- 체중 감소는 위장 장애, 탈수, 식욕 부진 등 다른 부작용과 함께 나타날 수 있으므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 체중 변화나 부작용 발생 시, 임의로 약을 중단하지 말고 반드시 주치의와 상담하여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당뇨약, 왜 살이 빠지는 걸까
모든 당뇨약이 체중을 감소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일부 약제(예 설포닐우레아 계열)는 체중 증가를 유발하기도 하고, DPP-4 억제제(자누비아, 트라젠타 등)처럼 체중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약도 있습니다. 체중 감소 효과가 두드러지는 약물은 주로 다음과 같은 기전으로 작용합니다.
메트포르민 (Metformin) 계열의 역할
가장 대표적인 2형 당뇨병 초기 치료제인 메트포르민(다이아벡스, 글루코파지 등)은 간에서 포도당이 과도하게 생성되는 것을 막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여 혈당을 조절합니다. 체중 감소 효과는 직접적인 지방 분해보다는 식욕을 다소 감소시키거나, 일부 환자에서 나타나는 메스꺼움, 설사 같은 위장 장애로 인해 음식 섭취량이 줄어들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체중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SGLT-2 억제제의 작용 원리
자디앙, 포시가, 슈글렛 등으로 대표되는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이 혈액으로 다시 흡수되는 것을 막고, 소변으로 직접 배출시키는 독특한 방식으로 혈당을 낮춥니다. 이 과정에서 포도당이 가진 칼로리가 몸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체중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하루에 약 70g의 포도당, 즉 280kcal 정도가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GLP-1 유사체 (수용체 작용제)의 효과
삭센다, 트루리시티, 오젬픽, 위고비, 마운자로 등이 여기에 속하며, 최근에는 비만 치료제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 약물들은 음식 섭취 시 장에서 분비되는 ‘GLP-1’이라는 호르몬과 유사하게 작용합니다. 위가 비는 속도를 늦추고 뇌의 포만 중추에 직접 작용하여 식욕을 억제함으로써 음식 섭취량 자체를 줄여 체중을 감소시킵니다. 이러한 강력한 체중 감소 효과 때문에 제2형 당뇨병 환자뿐만 아니라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사 질환 관리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체중 감소와 함께 오는 흔한 부작용 TOP 5
체중이 빠지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부작용이 동반된다면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이는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위장 장애 (설사, 구토, 복통, 식욕 부진)
메트포르민 복용 초기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며, GLP-1 유사체 역시 위장 운동을 늦추는 작용 때문에 메스꺼움이나 구토, 식욕 부진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하지만,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주치의와 상의해 약물 용량을 조절하거나 서방형 제제(천천히 녹는 약)로 변경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2. 탈수 및 비뇨생식기 감염
SGLT-2 억제제의 주된 부작용입니다. 소변으로 포도당과 함께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면서 탈수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소변에 당분이 많아지면서 요로나 생식기 주변에 세균이나 곰팡이가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어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평소보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회음부 위생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저혈당
앞서 언급된 약물들은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 저혈당 위험이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설포닐우레아(아마릴, 글리메피리드 등) 계열 약물이나 인슐린 주사와 함께 사용하면 저혈당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식은땀, 손 떨림, 심한 공복감,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사탕이나 주스와 같은 단순당을 섭취해야 합니다.
4. 근손실
급격한 체중 감소는 체지방뿐만 아니라 근육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GLP-1 유사체나 SGLT-2 억제제 사용 시 근감소증이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근육은 혈당을 소모하는 중요한 기관이므로, 근손실은 장기적인 혈당 관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체중이 줄더라도 꾸준한 근력 운동과 단백질 섭취를 병행하여 근육량을 지키는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5. 케톤산증
매우 드물지만 SGLT-2 억제제 복용 시 나타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입니다. 몸이 포도당 대신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서 ‘케톤’이라는 산성 물질이 과도하게 쌓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심한 피로감, 구역질, 구토, 복통과 함께 숨 쉴 때 과일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며,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합니다.
현명하게 대처하고 건강하게 관리하기
당뇨약 복용 후 체중이 빠진다면, 먼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되 몸의 다른 변화는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건강한 체중 감소를 위한 대처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료진과 솔직하게 소통하기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체중 변화의 폭, 속도, 그리고 동반되는 다른 증상들을 주치의에게 정확히 알려야 합니다.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약물 용량을 조절하거나, 다른 계열의 약으로 변경하거나, 혹은 생활 습관 교정을 통해 부작용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임의로 약을 중단하는 것은 혈당을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절대 금물입니다.
부작용별 대처법 알아두기
각 부작용에 따른 대처법을 미리 알아두면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습니다. 아래 표는 일반적인 대처법을 정리한 것이며, 개인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료진의 조언을 우선해야 합니다.
| 부작용 | 관련 약물 계열 | 대처법 |
|---|---|---|
| 위장 장애 | 메트포르민, GLP-1 유사체 | 소량씩 자주 식사하기, 자극적인 음식 피하기, 식후 바로 눕지 않기, 필요시 의사와 상의 후 서방형 제제로 변경 |
| 탈수 및 감염 | SGLT-2 억제제 | 하루 1.5리터 이상의 물을 충분히 섭취, 개인위생 철저히 관리하기, 관련 증상 발생 시 즉시 병원 방문 |
| 저혈당 | 다른 약물과 병용 시 | 저혈당 증상 숙지, 항상 비상 간식(사탕, 주스 등) 휴대, 규칙적인 식사 및 혈당 측정 |
| 근손실 | 급격한 체중 감소 시 | 식사 시 단백질(고기, 생선, 두부, 계란 등) 충분히 섭취, 주 2~3회 근력 운동 병행 |
당뇨약으로 인한 살빠짐은 혈당 관리와 체중 조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몸의 신호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몸 상태를 꾸준히 살피고, 전문가와 긴밀히 소통하며,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한다면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